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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나는 87년생 초등교사 입니다

ByulNa 2020. 6. 10. 07:19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국내도서
저자 : 송은주
출판 : 김영사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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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생? 초등교사?? 책 제목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87년생이면 나보다 2살 어리네?

초등교사?? 우와 엄청 공부 잘했겠다. 

선생님이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등교사의 안정성과 워라밸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줘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 교사의 시각에서 본 지금 교육의 현실 문제점들, 초등교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마지막엔 미래를 맞는 교사와 어른들이 생각해볼 문제들도 함께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비슷한 세대의 직장인으로 공감하고, 생각해볼 사회적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어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밀레니얼 교사

  • 밀레니얼 교사 : 2002 학번~2011 학번의 젊은 교사들을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

나와 비슷한(?) 세대의 교사들의 이야기여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 때 (2000년 중반) 교대, 사범대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우리 반에서 1등, 2등이던 친구들은 모두 사범대와 교대에 진학했다. 

수능에서 전과목이 1등급이어야 경인교대, 서울교대에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교대에 진학하는 순간 직업이 결정되어 버리니

어느 정도는 본인이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이라 선생님들이 교대를 선택했다고 생각했었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선생님들도 일반 회사원들과 다름없이 

안정성과 워라밸을 추구하며 교직을 선택한 세대라는 것이 놀라웠다.

 

1997년 IMF를 겪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그로 인해 교대, 사범대 등 안정적인 선생님과 공무원의 인기가 날로 커졌던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교사인 동시에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인간으로 살기를 원한다
관심사를 한정하지 않으며 잘하고 즐겨하고 좋아하는 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안정적인 직업의 교사이지만 일반 직장인인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자기답게 하는 좋아하는 일들이 다양하고 깊은 사람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의 교사들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고, 퇴근과 동시에 취미생활은 한다.

그들은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부단히 움직인다.

행복을 규정하는 기준 중에 하나는 단연 워라밸이다. 

 

이런 젊은 교사들이 많으면 30년까지 나이 차이가 나는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직장(?) 생활을 해야 하며 느끼는 고충들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나만해도 첫 직장을 다녔던 2009년과 지금의 직장생활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60세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인 학교에서는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과 윗 세대의 선생님들과의 세대차이는 엄청날 것 같다. 

 

 

현재 교육제도의 현실 

저자는 현재 교육 현실에 대해서도 야무지게(?) 정리해주었다.

교대에서 배우는 수많은 과목들과 커리큘럼, 교생 실습에 대한 문제점들에 대한 현직 교사의 시선으로 지적해준다.

10년 전에 만들어 놓은 책으로 계속 가르치시는 교수님.

임용고시 합격을 위해서는 교육과정 원론, 지도서를 달달달 외워야 하는 현실.

 

인문학 책들을 읽으며 인간 본성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이, 
내 앞에서 욕을 하는 아이의 본성을 믿고 기다리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일시적인 시책 중심의 질문보다 인문소양 쪽 공부가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성적이 높다고, 임용고시를 위한 암기를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선생님'이 될 자격을 갖추진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의견처럼 '선생님'을 뽑는 기준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 아이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사의 연봉도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말 지식과 지성과 인격을 갖춘 인재들이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AI시대를 준비하며 

20년 후 실제로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반 이상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인간의 그 빈자리를 기술과의 협력으로 채워갈 것이며,  그 안에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자연의 능력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인간만 지니는 판단력과 예리함, 시의적절한 발상, 인간 존엄의 바탕이 되는 감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아이들이 인간 본성에 집중하고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철학이나 인문학, 인간적인 대화를 통한 교육이 앞으로 더 중요해지리라 예상한다.
미래에는 '비판적 질문을 하는 인간'이 꼭 필요할 것 같다.
자신과 인류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기술과 공존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느끼며 살게 하는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닐까.
과학과 사회의 변화에 유연할 것, 그러나 인간으로서 내실이 있을 것.

 

20년 후 내 아이가 맞게 될 미래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일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직업도 내가 초등학생 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직업이니깐 말이다.

핸드폰으로 대화도 하고, 영상통화도 하고, TV까지 보는 세상을 상상이나 했을까.

결국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은 철학과 인문학에 집중하고, 변화에 유연하며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에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부터 그런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

 

10대의 '스라밸'은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어린 날 책상에서 보낸 시간이 백세 시대에 내 앞에 남은 80년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타당한가?
왜 나는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나를 칭찬해주는 어른과 성적 증명서가 없는 성인의 삶.
이제 나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자격증 시험에 떨어지면 나는 지금 못 사는 중이고 자격증 시험에 붙으면 잘 사는 중인가?
틈만 나면 뭔가를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타임지를 들고 다니고 새벽 영어 학원을 다녔다. 유니세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유학을 다녀왔다. 영어든 한자든 자격증 시험이라도 봤다. 증명 중독증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을 해오는 과정 어디에도 나 자신에게 집중한 과정은 없었다.
성향과 기질이 이 일과 얼마나 맞을 것인지, 이 일을 할 때 즐겁고 만족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은 없었다.
학교에 돌아가야 할 이유로 안정성과 워라밸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교사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곧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교사로서 나의 정체성은 안정성과 워라밸 다인가.

 

처음부터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교사를 선택한 게 아닌 

자신의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교대에 지원하고 교사의 삶을 살게 된 저자의 모습이 나와 비슷하게 닮아있어서 더 공감이 되었다.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것이 하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자신의 성찰 없이

그저 수능점수가 가리키는 학교, 학과 진학을 하고 

취업을 위해 영어 성적표를 위한 공부를 하고, 수많은 자격증을 따고, 그 리스트들이 나의 성실성을 증명해 줄 것만 같았다.

 

취업 준비하는 과정에서 100 통도 넘는 이력서를 썼고,

자기소개서에는 나를 위한 진정한 소개 없이 나를 꾸며내는 말들로 꾸역꾸역 채워 넣어야 했다.

 

어영부영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나 자신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이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나는 이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말이다.

 

어쨌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고, 나 자신을 돌아보았고, 나와 맞지 않는 회사에서 나와 새로운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직장에서는 워라밸에 상당히 만족도도 높고, 하고 있는 일도 적성과 맞는 편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 직업의 안정성은 떨어진다. 

안갯속 같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미래 앞에 나는 "앞으로 나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의 고민에 결국 맞닥뜨리게 된다. 

 

먹고살 걱정이 전혀 없는 교사여도 나처럼 자기 정체성에 흔들리고,

자기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면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안정성만으로 직업을 선택하기엔 인생이 너무나 길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만나게 될 그리고 나의 미래에는 3~4가지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시대가 올 테니 말이다.

 

앞으로의 미래에 우리가 가져야 할 현재 초등교육에 대한 문제점들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교사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에게!

그리고 초등학교에 보낼 학부모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