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

- 스승의 날, 생각나는 선생님.

ByulNa 2020. 5. 15. 23:34

 

 

매년 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선생님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이다.

처음으로 젊고 예쁘신 여자 선생님이 우리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이 늘 생각난다. 

스승의 날에 최초로 절대 선물을 가져오지 말라고 하셨던 최초의 선생님이셨기 때문이다.

당시엔 스승의 날이면 친구들 모두 선물꾸러미를 하나씩 들고 가기 바빴다.

엄마는 선생님이 좋아하실만한 양말세트나 화장품 혹은 향수 등의 선물을 사서 곱게 포장해 오셨다.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하나씩 들고 등교하면서 혹시 친구가 가져온 선물보다 내 선물이 별로면 어떡하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도 있을텐데 스승의 날 선물을 필수(?)적으로 준비하고 교탁에 쌓아 두어야 했던 시절. 

마음만 받을테니 절대 선물을 가져오지 말라고, 어떤 선물을 가져오더라도 모두 돌려보낼 거라고 말씀해주신 젊은 선생님이 너무 고마웠다.

내 선물이 친구 선물보다 더 작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스승의날. 친구들은 정말 선물을 아무도 가져오지 않았고, 선생님 책상엔 반 친구들의 정성스러운 편지들만 차곡차곡 쌓였다.

 

스승의 날은 왜 5월일까.

 (*이제야 찾아보니 1965년부터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스승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로 바뀌었다고 한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어 함께 생활한 지 고작 2개월 남짓 되었을 뿐인데,

담임선생님한테 감사함을 표한다는게 참 아이러니했다.

오히려 작년 1년 동안 고생해주신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거나 안부를 전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선생님께 정말 감사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드리거나 감사함을 표해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선물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스승의 날에  엄마들 단톡 방은 며칠 전부터 난리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무슨 선물을 사가야 하냐며

핸드크림, 스타벅스 카드? 커피 원두 까지..

선물 리스트들이 나온다. 선생님이 최대한 부담이 없으시면서 성의를 표할 수 있는 선물을 찾아야 한다.

 

스승의 날이 아니어도 정말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할 수 있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형식적으로 오고 가는 선물이 아닌 진정으로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