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

- 요즘,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은 ??

ByulNa 2020. 4. 15. 23:09

 

요즘,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은 혼자만의 공간에 혼자 있기다!

철저한 고독을 느끼고 싶다.  코로나로 인한 집콕 생활은 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까지도 빼앗아 버렸다.

 

코로나로 내 생활 패턴은 완전히 바뀌었다.

3월부터 계속 재택근무 중이다. 재택근무만 하면 좋으련만 아이도 함께 집에 계속 있다는 게 문제다. 아이와 나 둘만 집에 있게 되면 친정엄마라도 SOS 해서 계속 셋이 같이 생활하면 그나마 편할 텐데, 더 문제는 남편도 재택근무라는 거다. 3월 한달 내내 우리 가족 3명은 24시간 함께 집에 있었다. 

막상 사무실로 출퇴근을 안 해도 되니까 불필요한 외출 준비와 이동시간이 줄어들고, 아이와도 오랜 시간 보낼 수 있어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재택근무와 가정 보육에 나는 점점 지쳤다.  

새벽 같이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회사 업무를 시작했다. 사무실에 출근할 때보다 업무는 오히려 더 바쁘게 진행되었고, 더 집중해서 처리해야 했다. 친정엄마가 오후 4시면 퇴근하셔야 해서 그 시간에 맞춰 끝내려고 쉬는 시간도 없이 꼬박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 

코로나로 점심시간의 외식도 불가했다. 친정엄마가 거의 점심밥을 차려주시긴 하셨지만, 아이가 낮잠 시간이라 잠투정이라도 하는 날이면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찌개를 끓였다.

밥을 먹고 설거지해서 치우면 또다시 회사 업무 시작. 컴퓨터를 끄고 방문을 열고 나오면 또다시 바로 육아 출근이 시작된다. 친정엄마는 집에 돌아가시고, 남편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아이와 나 둘이서 보내야한다. 하루 종일 본 유튜브는 이제 지겹단다. 잠깐 놀이터에 나가서 신나게 놀리고, 슈퍼에 들려 '상어 가족' 주스를 득템 하고서야 집에 돌아온다.

나는 엉덩이 붙일 세도 없이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내 저녁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아이에게 "한번만 더 먹자~, 이거 다 먹고 뽀로로 비타민 먹을까?? 밥 다 먹어야 티비 볼 수 있어~!" 사정을 하며 저녁을 먹이고, 다시 저녁 먹은 것을 치운다. 그 사이 남편이 아이 목욕을 맡아주면, 나는 밀린 빨래와 청소를 시작한다. 나는 대체 언제 앉을 수 있는걸까.

 

시간이 갈수록 나는 매일이 피곤하기만 했다.

주변 환경이 바뀌거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없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육체적 고단함은 내 정신까지도 피폐하게 만드는 듯했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올라왔다. 예쁘고 고운 말들은 입안의 가시와 섞여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날아갔다. 

남편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있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을까. 2009년에 처음 만나 연애 5년, 결혼생활 5년째지만 이렇게 붙어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친구랑도 심지어 친정엄마도 이렇게까지 같이 있으면 지겹고 싸울 일이 생길 거다. 하루 종일 대화할 사람이, 만나는 사람이 남편밖에 없다니!  온갖 것들이 전부 의견 충돌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된장찌개?? 웬 된장찌개야?? 난 초밥이 먹고 싶단 말이야!"

"다인이 옷 갈아입혔어?? 아까 놀이터 갔다 왔잖아~ 더럽게 그냥 이불에 눕히면 어떻게 해~!"

"그렇게 잘 알면, 오빠가 직접 하지 왜 계속 말로만 해~" 

늘 비슷한 이유, 똑같은 패턴이다. 같이 있게 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싸움의 빈도수도 늘어난다.  말다툼으로 몇 마디 오가면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난 정말이지, 남편과 아이와 잠시라도 좀 떨어지고 싶다.

다행인 건 지난주부터는 어린이집 긴급 보육을 보내고 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떨어지는 게 어딘가 싶다. 

아직 코로나가 위험하지만, 남편이 출근 좀 했으면 좋겠다. (나는 재택근무하고 ㅋㅋㅋ)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 버리면 다음날은 더 뾰족한 사람이 된다. 되도록이면 아이를 재운 후 꼭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주제 글쓰기도 생각해보고, 책도 읽고, 영화도 봐야지~!" 다짐한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혼자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며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몰랐을 거다.

코로나 때문에 일상적으로 누렸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언젠가 끝이 나긴 하겠지!  더 힘드신 분들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다시 집중해야겠다.

'-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의 최애책?! 나의 인생책!!  (0) 2020.04.29
- 먹을 것에 대한 집착! 이제 그만~~~!  (0) 2020.04.21
- 나만의 고질병?!  (0) 2020.04.07
- 이만하면 괜찮다.  (0) 2020.03.30
- 코로나 일상  (1) 202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