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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하다

ByulNa 2020. 5. 7. 16:56
시크하다
국내도서
저자 : 조승연
출판 : 와이즈베리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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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작가의 유튜브를 보다가 꽂혀서 도서관에서 조승연 작가의 책 몇 권을 빌려왔다.

저자가 프랑스에 살면서 본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내 일상 속에서 갇혀 살다 보면, 마치 내가 보고 느끼는게 세상의 전부이고 진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책을 읽으면 "아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구나, 이런 방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구나." 깨닫는다.

내 사고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게 되고, 내가 '맞다', '틀리다'로 구분 짓던 경계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방식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대한민국이란 작은 나라에 갇혀 살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내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똑같이 오래된 낡은 집에 살면서 '초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고풍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이 같지 않다.
이사를 여러 번 다닌 것을 '집 없는 자의 설움' 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유목민같이 자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주관적이다. 그리고 그 주관은 끊임없이 돈이 없으면 초라하고 권력이 없으면 억울해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사회에 우리가 들이밀 수 있는 최고의 방패다.
내가 만난 프랑스인의 주관은 매우 선명하고 강했다.
그들은 남이 불편해하건 말건 그 주관을 표현하고 지켜나가는 데 거침없고 용감했다.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는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주관이 매우 선명하고 강한 프랑스 사람들.

나도 주관이 뚜렷하고, 이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어야 할까. ㅎㅎㅎ

주관이 뚜렷한 반면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믿는 건 완전 토종 한국인이다.

내 인생에 대한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의는 남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내 자신, 스스로가 정의 해야 한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내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한국에서 '성공적인 삶'이란 좋은 대학, 비싼 아파트, 돈을 많이 버는 직업 등에 한정해 놓고, 모두 똑같은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며 살고 있다. 

그 목표를 향해 뛰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손가락질 하고, 달성하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실패자'로 치부해버린다. 

프랑스인들은 7~8월 한달여간의 휴가를 위해 일 년을 일한다고 한다.

꼭 목표를 이루어야만 성공한 인생이 아니라, 프랑스인들처럼 일 년에 한 번가는 휴가의 '즐거움'을 위해서 인생을 산다면 그것도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프랑스인의 소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사회적 소비가 아니라 개인의 물질적 소비라고 말할 수 있다. 집 안에 좋은 향초를 켜놓고, 음질 좋은 음향기기로 음악을 듣거나, 귀한 천으로 만든 이불을 뒤집어쓸 때 느끼는 감각을 좋아한다. 이런 즐거움은 내가 소유한 물건이 남에게 나를 대변해주기 때문에 느끼는 즐거움이 아니라, 남에게 과시할 수 없는 물건 자체의 촉감과 향이 주는 즐거움이다.

 

'프랑스 아이처럼' 이란 육아서에 보면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러 갈 때도  반드시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하고 간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패션, 향수에 관심이 많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보단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꾸미는 것 같다.

오늘 기사에서 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옷차림에 맞춰 마스크까지도 패션의 일부로 승화시켰다. ㅋㅋ

 

남에게 '나'를 잘 보이기 위해서 비싼 옷, 명품 가방을 구매했던 건 아니였는지 지난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옷, 나에게 잘 어울리는 가방 그래서 내가 스스로를 봤을 때 만족했으면 충분했던 게 아니었을까.

 


책을 읽으며 찾아본 15년 8월의 파리 여행 사진.

 

언젠가 다시 갈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도 파리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겠지.

프랑스에서는 코로나 19로 시위가 잇 다르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선진국이 우리 생각만큼 선진국이 아니었고,

우리나라가 오히려 방역 모범국가가 되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더 선진국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렇게 선진국에 살면서도 왜 '헬조선'이라 외치며,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쩌면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도 분명 있지만, 우리 스스로 삶의 목표를 무조건 돈이 많아야, 넓은 집에 살아야, 좋은 대학을 가야 행복한 삶이라고 규정 지어 놓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나부터라도 남들이 말하는 성공의 목표가 아니라 내 삶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