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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엄마의 독서

ByulNa 2018. 11. 27. 22:41
엄마의 독서
국내도서
저자 : 정아은
출판 : 한겨레출판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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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서라 불리는 책들에는 '엄마'라는 한 인간에 대한 시선이 결여되어 있었다.

엄마도 아이처럼 살아 숨쉬고 생각하고 자기 의지와 감정이 있는 인간인데, 이런 책들 속에 나오는 엄마는 오직 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부속물 같았다.

그런 책들은 엄마들의 머릿속에 비현실적인 엄마상을 심어주어, 현실 모습과의 괴리에서 죄책감을 품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정말 좋은 엄마가 되려면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다. 30여 년 동안 엄마가 아닌 상태로 살아오고, 그에 따라 자기 고유의 성향과 습속의 역사가 형성돼 있고,

행복과 성과와 명예를 추구하고 싶은 한 인간이 자신의 여러 역할 중 하나로 '엄마'를 받아들인 상태가 있을 뿐이다.

엄마가 아이와 맺는 관계는 엄마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일부분이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그냥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면 된다.

내가 좋은 사람이면 된다. 내가 좋은 인생을 살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고, 다른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면 된다.

'엄마'가 나의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일 뿐, 나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자신의 존재가 '엄마'로만 자리매김 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가 그때 왜그랬는지

엄마의 30대가 얼마나 고단했을지 이해하게 되어 눈물이 났다.

멀쩡하게 나를 키워준 엄마가 너무너무 고마워서 엄마는 정말 최고의 엄마라고 나는 엄마처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엄마한테 감사하다는 눈물의 편지를 썼다.

그제서야 철이 들고 어른이 된 기분이였다.

작가는 말한다. 엄마와 친구처럼 느껴지던때가 엄마가 엄마됨의 수많은 의무에서 내려왔을때 엄마랑 친구가 되었다고,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 아이를 봐주기 위해 한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오신다.

나도 엄마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 아이를 위해 30년 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 때 내 아이도 나처럼 지금의 고단한 겨우 8개월된 내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첫 장 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 글자도 빼 놓지 않고 탐독하였다.

작가의 마음이 어찌나 나와 같은지 무릎을 치고 또 쳤다. 그래그래 나만 그런게 아니야 하면서..

너무 내 마음을 잘 읽어줘서 마지막 장을 넘길때는 아쉬워서 너무 감동적이라서 눈물이 났다.

작가가 따라간 시선대로 처음 엄마가 되고 다른 사람들처럼 엄마가 되어  기뻐야 하고 아기를 보기만 해도 행복해하고 이뻐 어쩔 줄 몰라야 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야하는게 맞는데, 나는 너무나 우울했다.

힘들었고, 좌절했다. 

나만 그런것 같아서,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ㅠㅠ

세상 사람들은 전부 '엄마'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됐지 하면서 혀를 끌끌 찰텐데.. 우리 아이가 부족한 나 떄문에 그런 '사람'으로 성정하면 어쩌지.. 

의무감 부담감이 내 어꺠를 짓눌렀다.

너무 부족하고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고, 그냥 생각 나는 말을 툭툭 내 뱉고, 주위 사람들로 부터 '좋은 사람' 이라고 인정 받지 못하는 '내'가 

어쩌자고 엄마가 되었을까.. 왜 아이를 가지고 싶었을까..

그냥 남들 다하는 결혼을 했으니 아이는 가져야겠고, 또 남들은 쉽게도 아이가 생기는데 우리 부부에게만 생기지 않아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그렇게 까지 해서 아이를 가져 낳아놓구선... 이제 그 부담감이 너무 무겁단다.

그래서 나는 너무 힘들었다. 산후우울증으로만 알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엄마가 될 수 있을지 도서관에 가서 '육아' 코너의 책들을 모두 섭렵 하겠다는 각오로 베스트셀러는 모조리 읽었다.

그럴수록 더 가슴이 무거웠다 너무 답답했다. 커다란 돌이 내 가슴을 눌러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 책들은 하나 같이 3년동안은 엄마가 키워야한다. 아이는 엄마하기 나름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도 작가처럼 그 베스트셀러의 작가의 블로그를 보고 나도 똑같이 하면 저렇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거야 하며 따라해 보려 애썼다.

그럴 수록 더 힘들어졌다.

다시 책을 폈다. 미니멀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 진다.

그렇게 책이 추천해준 책을 읽고 읽고 하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작가님께 너무 고맙다. 그리고 다음편도 꼭 좀 써달라고 말하고 싶다.